여행/일본

休, 벳부에서 자연을 만나다

화려한 飛上 2010. 3. 3. 06:24
 
 
여행은 휴식(休息)이다. 자연 속에 자리한 작은 마을에서 산책을 즐기며 마음을 비운다. 맛있는 음식으로 허한 속을 채우고, 온천을 즐기며 약해진 몸을 다스린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온천마을과 슬로푸드가 있는 유후와 오이타, 벳부가 있는 오이타 현에서 보낸 여행의 기록.
 
 
늦은 가을인데도 초록이 울창한 숲의 한적한 풍경에 넋을 놓고 있었다. 어딘지 허한 몸과 마음을 채우고자 온천과 슬로푸드로 유명한 일본의 벳부로 향한 길이었다. 유후다케 산줄기 어딘가에서 차가 멈추고, 너른 고원 위에 온천이 있다더니 드문드문 연기가 오르는 것이 보인다. 한눈에 보아도 이곳은 이미 일상의 풍경을 벗어나 있었다.
“이곳은 어디인가요?”
“여기는 오이타 현의 유후를 거쳐 벳부로 가는 길입니다.”
고작 인천에서 1시간 30분 비행해 왔을 뿐이었다. 벳부만큼 익숙하지 않지만 오이타 현의 중앙에 위치한 유후 시는 일본에서는 손꼽히는 온천도시다. 온천을 즐기고 슬로푸드로 차린 건강한 식사를 할 수 있다는 조용한 마을에서 며칠이라도 시끌벅적한 도시를 벗어나 쉬고 싶었다.
능선들을 이리저리 휘돌다 도착한 곳은 유후다케 산줄기의 북쪽에 위치한 츠카하라 온천이었다. 하얗게 연기가 오르는 곳으로 따라가 보니 산이 숨을 쉬는 듯하다. 그 본새에 맞추어 ‘후우후우’ 심호흡을 하니 유황 냄새가 코를 찌른다. 이곳은 헤이안 시대부터 솟고 있다는 강산성 온천으로 일본 3대 약탕의 하나인데 특히 피부병에 효과가 있다고 하여 건강을 끔찍이도 여기는 일본인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그럼에도 이곳의 온천은 우리나라의 유명하다는 온천과는 다른 한가로운 여유가 느껴진다. 온천물에 삶은 달걀이 유명하다기에 맛이나 볼 요량으로 단숨에 온천 입구로 달려갔다. 하지만 오후 늦은 시간에 가면 절판될 만큼 인기가 많아 별다를 것 없는 생김새만 확인하고 입맛만 다시다 말았다. 웅대한 유후다케 산을 따라 고원이 펼쳐진 유후인 전망대에 오르니 한 폭의 그림처럼 평화로운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아침이면 마을은 안개에 잠기고, 해질녘이면 하늘이 붉게 물드는 진풍경을 만날 수 있다지만 뭉게구름 아래 놓인 마을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놓인다.
 

 

 

 
길에서 만난 차들도, 사람들도 모두 느리게 달리고 느리게 걷는다. “그저 쉬기만 해도 좋은 곳이 어디냐”고 물으니 “유노히라 온천에 가면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을 수 있다”며 동그랗고 노란 달이 커다랗게 걸려 있는 곳 저 너머를 가리킨다. 3백년 전 자연석을 깔아 만든 돌바닥 언덕길에 오래된 온천가의 풍취가 남아 있는 유노히라 온천은 에도 시대부터의 ‘도지바(溫治場)’로 위장병에 효과가 있다고 전해지는 일본의 대표적인 온천이다. ‘도지’는 온천지에서 오랜 시간을 머물며 몸의 병을 치유하는 것을 가리키는데 그만큼 유노히라 온천의 온천수가 몸에 좋다는 뜻이리라. 온천을 즐길 수 있는 료칸(여관)을 찾다 ‘소나무집’이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 료칸 ‘마츠야(松屋)’의 문을 두드리니 머리가 희끗하고 눈이 선한 노인이 앞치마를 곱게 두르고 나와 깍듯하게 인사한다. 다다미방에 들어서니 어린 시절 시골집의 풍경이 떠오른다. 일본 전통 료칸 음식인 ‘가이세키 요리’를 이곳에서 먹으니 음식에서 현지의 운치와 정겨움이 더해진 온기가 느껴졌다. 가이세키 요리는 섬이라는 일본의 지리적인 특성 때문에 생선 위주의 요리가 많고, 시각적으로 아름다워 예술로 불리기도 한다. 이곳에서는 ‘미니 가이세키 요리’를 즐길 수 있었는데, 눈으로 먼저 맛을 느끼고 입으로 맛을 보는 음식답게 오감을 충족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직접 뜸을 들여 먹는 미니 밥솥의 밥맛도 일품이었다. 가이세키 요리를 즐긴 후 ‘노텐부로’라고 하는 온천의 백미인 노천탕에 들었다. 조용한 시골 마을의 차가운 밤공기가 얼굴에 와 닿고 탕 속에 담근 몸이 이내 따뜻해지면서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하늘에는 별이 반짝이고 숲에서 뿜어내는 자연의 정기가 피로에 지친 몸과 마음을 가볍게 어루만진다. 숨을 크게 들이마시니 머릿속은 물론이고 몸속 깊은 곳까지 맑아지는 느낌이다. 마치 다른 세상에 온 것 같다. 문의 유노히라온천관광협회(www.yunohira-onsen.jp), 유후인온천관광안내소(0977-84-2446)
 
Travel tip. 유노히라 온천 주변에서 가볼 만한 곳  
√ 전통과 현대의 만남 유노츠보 상점가
산책도 하고 온천을 즐기며 넉넉한 휴일을 보낼 수 있다. 근사한 카페에 들르거나 여행 기념품을 사기에 적당하다. 문의 0977-84-2446

√ 가이세키 요리와 료칸 노천탕의 조화 마츠야(松屋)
가족이 경영하는 따뜻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편안한 곳. 일본은 료칸마다 온천을 즐길 수 있는데 이곳은 공동노천탕도 3곳이 마련되어 있다. 미니 가이세키 요리로 전통적인 가정식 요리도 맛볼 수 있다. 문의 0977-86-2151

√ 노송나무 공동온천장 긴노유(銀の溫)
5곳의 공동온천장 중 가장 인기 있는 곳. 부드러운 온천수가 특징으로 노송나무의 은은한 향을 느끼며 입욕할 수 있다. 문의 0977-86-2367

√ 특산품 매장 가네코쇼텐(金子商店)
토산품을 두루 갖추고 있는데, 일본 요리에 빠질 수 없는 오이타 현 특산인 ‘호시시이타케(마른 표고버섯)’가 20종 넘게 있으며 옛날 방식대로 무게 단위로 달아 팔고 있어 원하는 양만큼 살 수 있다. 유노히라의 새댁들이 만들었다는 천연 아이스크림의 맛도 일품. 문의 0977-86-2050
√ 온천수로 만든 명물 찐빵 오카무라쇼텐(岡村商店)
‘유노히라만주’는 온천수로 녹인 흑설탕을 넣은 반죽에 고운 팥을 넣어 만든 찐빵. 개수가 한정되어 있으므로 아침 일찍 서둘러야 한다. 영업시간은 오전 8시 반에서 찐빵이 다 팔릴 때까지. 주말에 간다면 하루 전에 예약한다. 문의 0977-86-2605
 
 
 
츠카노 온천에 가면 마시는 온천수가 있는데, 그 물을 먹고 병을 고친 이가 여럿 있어 신비의 생명수로 불리다고 했다. 오이타 시의 서쪽에 위치해 있는 이곳은 유후 시에서 차로 1시간 남짓 걸리는데 전원 풍경 속에 소박하게 자리 잡아 주변 경관과 공기만으로도 몸과 마음에 병이 난 이들이 요양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곳이 있을까 싶다.
“위장병 등에 효능이 뛰어나 일본 내에서는 물론 해외에서도 찾아온다”는 마을 관리자의 말에 한 바가지를 가득 떠 마시니 입에 쓴 약이 몸에 달다는 말마따나 혀를 톡 쏘고 찝찌름한 맛이 느껴졌다. 세 잔을 가득 마시고 목욕용 온천으로 몸을 씻어내면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온천 안은 명판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는데, 바로 츠카노 온천수로 병을 씻은 이들의 명판이라고. 아무 말도 없이 소박하다 못해 남루하게 자리 잡은 온천이지만 간절한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 역시 자연이 주는 감격은 늘 삶의 에너지가 된다. 문의 오이타관광과(www.city.oita.oita.jp)
 
Travel tip. 오이타&벳부 주변에서 가볼 만한 곳

√ 마린팰리스수족관 우미타마고(うみたまご) 약 90종 1천5백 마리의 물고기들이 있는 거대한 수족관으로 물개, 바다표범, 돌고래쇼가 볼 만하며 직접 만져볼 수도 있다. 문의 097-534-1010
√ 일본 야생 원숭이들의 생식지 국립공원 다카사키야마 자연동물원(高崎山自然動物園) 약 1천2백 마리의 원숭이가 3개의 집단으로 나뉘어 각각의 보스를 중심으로 원숭이 사회를 구성하고 있다. 식사나 간식시간이면 교대로 집합 장소에 내려오는 장면이 압권. 문의 097-532-5010
√ 오이타의 인기 요리 토리텐 코츠코츠 이오리(こつこつ 庵) 40여 년 전 오이타 시내의 한 식당에서 시작된 닭고기튀김(토리텐)을 잘하기로 유명한 맛집. 식초간장과 개운 겨자에 찍어 먹는다. 문의 097-537-8888
 
기사제공 에쎈ㅣ촬영협조 벳부관광협회ㅣ에디터 신민주
출처 : 쉬즈웰(http://sheswell.coway.co.kr/life/magazine_view.asp?gubun=5&seq=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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